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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Column] -下- 전술의 변화에 따른 축구선수들의 새로운 역할

현대축구는 선수간격을 좁게 가져가는 형태로 발전한다.

좁아진 선수간격, 콤팩트한 축구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로 나뉘던 과거의 3등분 축구는 이제 사라졌다. 축구는 리누스 미헬스와 요한 크루이프를 만나 '토탈 풋볼'이란 흐름을 만났고 90년대에 아리고 사키의 '사키이즘'을 만났다. 보다 주도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다고 볼만큼이나 공간을 중요시 여겼다. 


다시 공격하기 위해 전진해 압박을 시도했고 공간을 구분하고 팀이 한 몸으로 움직여 무분별한 수비 밸런스 붕괴를 방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생나며 많아야 3겹이었던 수비층을 4겹 5겹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수비전술의 발전은 어찌보면 상대방의 No. 10인 에이스를 막기 위해 생겨났다.


수비시 효율적인 압박과 공간을 통제하기 위해 선수들의 간격은 촘촘해졌다. 2선에 들어오는 공과 선수를 차단하고 겉을 멤돌게 하게 한다. 좁은 선수간격을 통해 여러 선수와 다방면에서 순간의 압박을 가하여 볼을 탈취하고 역습을 노리곤 하였다. 특히,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과 같이 포제션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을 상대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압박에 밀쳐나가는 스트라이커

과거에는 걸출한 공격수 한 명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마라도나는 공을 잡으면 2~3명은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플레이메이커들은 시공간적 여유가 생기면 한 방의 패스로 수비를 관통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이들이 더이상 서있기 힘들어졌다. 


좁아진 수비간격, 공격수는 압박을 사방에서 견뎌내야만 했다. 패널티 박스 언저리 자리를 고수해선 수비를 뚫기도 공을 잡기도 어려워졌다. 공격수들은 자리를 이탈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시 예외는 아니였다. 이들은 압박이 덜 받기 위해 2선으로 내려와 시작했다. 스트라이커는 연계능력을 때로는 수비가담까지 요구받았다. 정통 스트라이커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 했다. 


이러한 행태는 과르디올라와 메시가 만나면서 꽤나 특별한 역할로 변했다. '펄스 나인'의 등장이다.


과르디올라와 메시는 펄스 나인으로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리오넬 메시, 압박을 피하지 않고 꾀낸다.

과르디올라가 메시에게 부여한 펄스 나인은 바뀌어진 수비전술에 따라 생겨난 역할이라 볼 수 있다. 적극적인 전진압박과 철저히 공간을 통제하며 좁은 선수 간격을 유지하는 수비전술에게 펄스 나인은 커다란 패닉을 선사한다. 목적의식을 잃게 만들거나 맹목적인 수비를 만들게 한다.


기존의 스트라이커는 득점을 위해 상대 골문으로 전진을 하거나 침투를 위해 수비진과 같이 경합을 했다. 하지만 펄스 나인은 기존의 스트라이커의 위치에서 이탈해 2선으로 자주 내려온다. 펄스나인은 팀의 패스 루트를 다양하게 해주고 인사이드 포워드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와의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노린다. 수비진은 순간 맨마킹이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큰 혼란을 받는다. 


펄슨 나인은 스트라이커의 위치에서 이탈해 상대 수비진을 현혹시킨다.


가장 큰 효과는 상대 수비수를 현혹시키는 것에 있다. 수비로서는 압박, 공간, 선수 간격을 통제하기 위한 기준은 상대의 공격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펄스 나인은 2선으로 내려가고 수비수는 그 기준점과 떨어지게 된다. 그 순간 수비는 기준을 찾으려 앞으로 움직이거나 멈춰버린다. 이후 수비는 다른 공격수의 침투를 놓치게 되거나 맨마킹이 엉켜버리기 쉽다.


기본적으로 펄스 나인은 메시와 같이 골결정력뿐만 아니라 패스와 볼컨트롤이 뛰어나야 한다. 메시와 같이 드리블과 컨트롤이 뛰어난 선수는 적당한 시공간을 주면 변화를 만든다. 따라서 수비는 근접마크와 포커스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메시가 2선에 내려서면 수비는 '전진하던가, 시선을 고정하던가, 그냥 공간을 지키던지' 선택의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자체가 수비에게 큰 혼란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이 뽑은 2000년대 최고의 전술적 경기 (EURO2012 Italy vs Spain 조별리그)


백쓰리, 펄스 나인을 향한 이탈리아의 대답

스페인 역시 바르셀로나와 같이 공격수에게 펄스 나인의 역할을 주는 공격전술을 활용했다. 유로 2012에서 스페인이 펄스 나인을 선택한 이유는 비야의 부상과 토레스의 부진 때문이지만, 파브레가스를 이용해 높은 점유율 속에서 엄청난 패스 루트를 만들며 상대를 가둬놓았다. 실바와 이니에스타는 파브레가스와 꾸준히 스위칭하며 득점을 노렸다.


당대 최고의 팀을 상대하기 위해 이탈리아는 백쓰리를 꺼내들었다. 데 로시를 내려 중앙 수비의 숫자를 하나 더 확보했다. 이탈리아의 센터백은 상대의 펄스 나인에게 무리한 압박을 한다해도 2명의 센터백이 더 있었다. 3명의 센터백 중 1명은 스위퍼와 같은 역할을 하며 문전에서 마지막 커버링을 수행했다.


경기는 1:1로 무승부가 되었지만,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를 스페인이 결국 뚫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펄스 나인을 활용하며 다양한 패스루트를 확보하는 스페인과 백쓰리로 예비 센터백을 확보한 이탈리아의 전술 승부가 빛난 경기였다.







높게 올린 수비라인...뒷공간에 대한 부담

2010년대 초반을 호령했던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는 기본적으로 높은 볼 점유과 과감한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을 바탕으로 축구를 했다. 볼 점유를 기반으로 하는 축구는 볼의 순환을 위해 수비수까지 가담해야 했다. 수비라인을 높게 올려야 했고 뒷공간의 노출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단점으로 인해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했지만, 단 한방에 무너지며 경기 결과에서 패배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특히 상대의 라인을 깨는 공격수에게 취약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뒷공간 커버를 골키퍼에게 맡기게 되었고 골키퍼는 패널티박스를 벗어나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예전에 수비수 뒤에서 클리어와 커버를 행하던 스위퍼를 떠올리기 했고 사람들은 이를 '스위퍼 키퍼'라고 칭했다.



과르디올라는 노이어를 통해 스위퍼 키퍼를 세계에 조명시킨다.


스위퍼 키퍼, 마지막 수비수

마누엘 노이어는 유프 하인케스가 바이에른의 지휘봉을 잡았을때 부터 '스위퍼 키퍼'의 역할을 보여주었다. 높게 올린 수비라인의 뒷공간에 위치해 날라오는 공을 컷팅 또는 클리어링을 해내곤 하였다. 노이어는 과르디올라를 만나 그가 가진 볼 컨트롤 능력을 살려 단지 골문을 지키는 키퍼를 벗어나 필드 플레이어의 일원으로서 활약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노이어가 맡은 역할은 수비라인을 고려해 전진 위치한다. 그리고 스위퍼처럼 상대의 뒷공간 패스를 클리어를 해낸다. 노이어가 벌어준 수비시간을 통해 수비라인을 선수간격을 유지한채로 내리거나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노이어는 과감한 판단력과 순발력을 갖고 있었기에 알맞은 타이밍에 나와 공을 클리어링 해냈다.


 

노이어급의 판단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역할이다. 그렇지 못하면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이어의 존재는 상대로 하여금 공간 패스의 시도를 주저하게 하여 약점을 봉쇄한다. 하지만 침투하는 공격수보다 느리게 뛰쳐나오거나, 공을 아웃이나 완벽한 클리어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비워 놓고 나온 골대가 있기에 독으로 다가올 수 있다.



스위퍼 키퍼, 최후방 플레이메이커

이러한 스위퍼 역할뿐 아니라 노이어는 최후방 플레이메이커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과르디올라의 포제션 중심의 축구에서 볼의 순환을 위해 백패스는 하나의 선택지가 되는데, 최후방 꼭지점이되어 볼의 순환을 수행한다. 다시 팀의 공격 방향을 선택하고 공격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노이어는 필드 플레이어와도 견줄 수 있는 퍼스트 터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최후방 빌드업을 수행할 수 있다. 


노이어 통해 다시 공을 살려내는 바이에른 뮌헨의 플레이


포제션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서도, 실점의 위기에서도 숏패스를 통해 볼을 살려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의미한 골킥을 통해 턴오버 또는 재수비를 해야할 노력을 없애며, 압박을 유도해 상대 팀의 선수 간격을 늘리는 목적에 있다. 이때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로서 빌드업에 참가한다. 골키퍼를 기준으로 2명의 센터백은 측면으로 움직임을 벌리며 순간 3백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골키퍼가 빌드업 과정에 참여하면 빌드업시 상대보다 수적 우위를 가져간다. 기존 백4에서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려와 센터백과 선을 이뤄 3명이 후방 빌드업을 하거나 풀백이 내려와 넓게 포진하는 대신, 스위퍼 키퍼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따라서 팀은 중원 경합에서 미드필더를 더 아낄수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 역시 좀 더 높은 곳에서 공을 받을 수 있다. 풀백 역시 더욱 공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브라보를 압박한 첫번째 팀이다.


골키퍼를 맨마킹하다.

2016-17 프리미어리그는 과르디올라와 무리뉴의 재회로 큰 관심을 몰았다. 맨시티와 맨유의 첫 대결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무리뉴는 최전방 공격수에게 브라보의 맨마킹을 지시한 것이다. 과르디올라가 골키퍼의 빌드업을 활용하며 수적 우위를 가져가자 루니는 브라보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한다.

브라보의 실수가 늘어나는 큰 원인이 된다.


골키퍼를 맨마킹하는 EPL의 유수의 팀들, 브라보의 안정감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브라보가 상대의 공격수 압박을 잘 이겨냈다면, 수적 우위를 2명이나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을 갖게 된다. 하지만 브라보는 그러지 못했다. 맨유 이후에도 EPL의 많은 팀은 브라보를 강하게 압박하며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한다. 이후 브라보는 맨시티에서 밀려나게 되고 과르디올라는 스위퍼 키퍼의 활용을 줄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한편, 맨시티는 벤피카에서 에데르송 모라에스를 영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발 밑이 좋은 키퍼 중 하나이다. 과연 다가올 2017~18 프리미어리그에서 과르디올라가 다시 스위퍼 키퍼를 활용하여 빌드업에 포함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풀백의 새로운 해석, 인버티드 풀백

볼 점유를 중심으로 하는 팀을 상대로, 선수간격을 좁게하며 콤팩트한 수비로 많은 팀은 대응했다. 좁은 앞뒤 공간으로 인해 공격수나 2선의 선수에게 볼을 전달하기 쉽지 않았다. 과르디올라는 인사이드 포워드들로 하여금 중앙으로 움직이게 하고 풀백을 높게 오버래핑 시켜 공격상황에서 수적 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하였다.


과르디올라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하며 풀백을 새롭게 해석해낸다. 바로 풀백의 상하 움직임이 아닌 중앙으로의 움직임을 가져가는 '인버티드 풀백'의 역할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알라바와 람에게 그 역할을 맡겼고, 이들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모하게 된다.


중앙 미드필더는 조금 더 수비와 후방 빌드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전진할 수 있게 된다. 중앙 미드필더는 2선으로 전진하였고, 좁아진 상대 수비 간격 사이 사이에 위치하며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에 부임하면서도 이러한 풀백의 사용법을 적용했다. 



풀백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하며 중앙 미드필더가 높게 올라갈 수 있다.


특징 1) 중앙 미드필더에게 자유로움을 부여한다.

과르디올라는 맨시티에서 기존에 2선 자원이었던 다비드 실바와 데 브라위너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다. 하지만 그들의 플레이는 여전히 2선에서 창조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 이유는 풀백의 중원 가담이다. 풀백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하며 후방 빌드업을 담당하며 실바와 브라위너는 더 전진할 수 있게 된다.


특징 2) 역습을 사전에 차단한다.

분명 공격전개 시 3명의 수비수 (센터백2, 수미1)만 남겨놓게 됨으로 역습에 취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풀백의 중원 가담으로 인해 루즈볼에 대해서 더 많은 준비와 수적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또한 단편적으로 보면 5명의 공격수, 5명의 수비수(4백+수미1)를 두고 있기에 상대방은 역습을 할때 수적 불리함을 가져갈 수 있다.


특징 3) 볼 점유를 하기 쉽다

풀백이 중원에 가담함으로서 볼 점유가 일어나는 중원에 4명의 미드필더를 확보한다. 이는 볼 점유가 더 잘 유지되게 할뿐만 아니라 루즈 볼 상황에서도 다시 빨리 볼을 되찾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늘어난 중원의 숫자는 더 빠른 압박과 경합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징 4) 윙에게 1vs1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의 윙은 상대의 풀백과 윙의 압박에 둘러쌓여야 했다. 압박을 덜어줄 방법은 풀백의 오버래핑 또는 언더래핑이 될 수도 있겠으나 과르디올라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풀백의 중원 가담으로 상대의 윙 역시 중앙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볼 점유가 발생하는 중원에서 크게 숫자 싸움이 밀리게 때문이다. 이로써 윙은 상대의 풀백과 1:1 승부를 펼칠 수 있다. 그것도 더 넓어진 공간에서 할 수 있다.


상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인 2선에 2~3명의 선수를 계속 침투시킨다.


단, 역습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측면수비에 커다란 부담을 갖게 된다. 특히 상대의 윙이 직선적이고 사이드 라인을 잘 활용하는 선수라면 더욱 골치아파진다. 센터백은 측면으로 커버를 가야하며 문전으로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가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이때 풀백이 서둘러 커버링을 내려오지 못 한다면 상대의 크로스 플레이에 당할 수 있다.


또한, 풀백의 후방 빌드업이 끊기게 되면 자신의 진영에서 역습을 맞닥뜨리게 된다. 람과 알라바같이 볼컨트롤과 패스가 우수한 선수가 아니라면, 모든 풀백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펩 역시 클리쉬와 사냐에게 인버티드 풀백의 역할을 맡겼지만, EPL의 강한 압박을 버텨내기 쉽지 않았으며 그들이 람과 알라바처럼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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