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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당신이 선수라면, 존중? 페어플레이?

내가 만약 축구선수라면...?

If i were....


잠에서 눈을 뜬 당신, 축구선수가 되어있다.

모델은 아무나 설정해도 좋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당신의 팀은 1부리그의 12개의 팀 중 11위에 위치하며 강등권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승리가 그 누구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35 Round, 상대팀 역시 강등위기에 처했기에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경기가 될 것이다. 강등에 처한다면 팀의 재정에 큰 타격이 올 것이며, 팀을 떠나거나 연봉이 삭감이 될지도 모른다. 흔치는 않지만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1부리그에서 강등이 되면 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고 하던라..


팽팽한 접전 속에서 스코어는 양팀 모두 득점없이 0대0

후반 38분, 당신은 상대의 패널티박스에서 공을 잡는다. 상대 수비수와 경합 중 밀려 넘어진다. 그리고 경기장에 울려퍼지는 휘슬 소리 "삑--"와 함께 주심은 페널티 스폿을 가리킨다. 페널티킥 찬스를 잡게 된 것이다. 키커는 경기전에 당신으로 약속되어 있다. 


PK를 찰 것이냐? 아니면 말 것이냐? 승리가 달려있다.


하지만 상대의 파울이 아닌 정당한 경합이었다. 이것은 명백한 오심이다. 상대팀 선수와 감독은 격한 항의를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는다. 당신은 파울이 아닌 것을 잘 알고있다. 어쩌면 그 어떤 사람들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침묵하고 페널티 스폿에 공을 놓을 것인가? 양심선언을 할 것인가? 팀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공정한 승리로 평가받지는 못 할 것이다. 


과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은 판정에 대한 논란의 연속이다.


판정시비...소란스러운 축구판


2017년 5월까지의 축구계는 '석연찮음'이란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다. 물론 국내외 막론한 이야기다.


유럽축구를 보자면, 2016 ~ 2017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레알 마드리드의 4-2 승리로 끝난 바이에른 뮌헨과의 2차전, 오프사이드 관련 오심이 3골에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2016-2017 잉글랜드 FA컵 4강 첼시가 토트넘을 상대로 4-2의 승리를 거둔 경기, 손흥민이 윙백으로 출전하며 유명했던 그 경기에서 모제스의 다이빙 논란 역시 있었다.


내는 조금 더 시끄럽다.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이 개막한지 2달이 지난 현 시점, 오심은 항상 핫키워드였다. 광주FC의 기영옥 단장의 기자회견부터 최근의 인천유나이티드의 김석현 단장의 기자회견까지, 이들은 벌금을 무릅쓰고 판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항간에 떠도는 시민구단에 향한 고의적인 판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어떻든 간에 지속적인 K리그에서 생겨난 오심으로 인해 팬들의 신뢰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오심은 어느 리그, 어느 상황에서도 일어난다. 심판의 수준의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리 일류 심판이어도 오심을 피해가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냥 수긍하고 지나치면 K리그의 수준과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다. 정정당당한 승패, 깔끔한 경기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 첫번째로 근본적인 판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판의 정확한 판정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두번째는 오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K리그는 후반기에 들어 '비디오 판독 기술'을 도입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

난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2014. 8. 23에 업로드 된 분데스리가의 페어플레이 Top10의 순간


오심이 없어져야 근본적인 판정시비가 사라질 것이다. 비디오 판독 기술은 오심을 올바른 판정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비디오 판독 기술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오심을 올바른 판정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양심선언, 페어 플레이 (Fair Play)


분데스리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리그라고 평가받는다. 대중들의 활발한 참여, 풀뿌리 축구 디비전 등 수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선수들의 페어플레이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위 영상을 보면 핸드볼, 다이빙, 페널티 반칙에 대한 선수들의 양심선언을 볼 수 있다. 특히,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양심 선언은 리그를 상관하지 않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3월 19일에 펼쳐진 광주와 서울의 경기에서 판정논란이 크게 이슈됬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기회를 잡은 선수나 팀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들이 양심선언을 무조건 해야하는 법도 없고 순간의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정을 이용하기 위해 심판에게 어필하는 모습들은 그저 아쉬울뿐이다. 승리란 가치가 배려와 존중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광주FC와 FC서울에서 나온 핸드볼 오심은 (심판은 두 말하면 입아프고) 선수 역시 식별이 가능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K를 어필하는 모습에 RESPECT를 논할 수 있겠는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4년부터 '리스펙트 캠페인'에 동참했다. 리스펙트 캠페인이란 축구 지도자, 선수, 심판, 서포터가 서로 존중할 것을 약속하는 활동이다. 양심선언은 선수와 선수간의 존중에 해당한다. 오심이 없기 힘들다면 또는 본인도 파악하기 어려운 오프사이드 파울 같은 것이 아니라면, 양심선언을 우리 K리그에서 볼 수 없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판정시비를 해소하기 위해선 오심이 없어야 하는 것이 근본적이다. 오심이 판정논란에 핵심에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오심을 없애지 못한다면, 필자는 분데스리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선수의 양심선언을 기대하고싶다.


"오심이 없어야 한다"라는 말은 이제 지겹고 질렸다. (왜? 계속 생기니까) 대신 적어도 스포츠에서만큼은 손익을 떠나, 이해관계를 떠나 정의롭게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해야하지 않는가? 당장의 승리가 중요한가? K리그는 팬들에게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있던 팬도 떠나간 후 텅빈 운동장에서의 승리가 무엇이 중요한가?


"선수들은 양심선언을 반드시 해야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무조건 '그렇다'고 답하긴 어렵다. 


하지만, 정의임에는 확실하다. 솔직히 이 시점에서 한번 봤으면 좋겠다.